봄향기를 맡으며 지리산의 추억에 젖다.

발행일 : 2017-03-02 23:40  

  • 돌확에도 매화가 내렸습니다.

    따뜻한 봄햇살이 시골집마당을 품고 있어 여기저기 봄꽃들이 고개를 내밉니다.

    코끝은 이미 벌렁벌렁.... 코평수를 최대한 늘려 봄내음을 맡고 있고

    마음은 저 뒷산 어딘가를 헤매고 있습니다. 

  • 새벽이면 한밤중의 겨울 친구들이 놀다갔는지.... 얼음이 얼어있는 돌확도

     매화를 벗삼아 낮동안 봄기운을 가득 느끼고 있습니다.

  •  손톱만한 크로커스가 돌에 기대어 봄을 맞고 있습니다. 

  • 지인들이 시골집 장만을 축하하며 먼길을 달려와 주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함께 노고단을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오랫만에 가보는 노고단,  저 멀리 보이는 눈덮인 봉우리가 "어서오라, 왜 이제 오냐"며

    뽀얗게 치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 산아래는 봄기운이 넘치는데 여긴 아직 겨울의 기세가 가득합니다.

    그래도 햇살은 봄을 품고 있습니다.

    길이 얼어 아이젠을 구입하고 산길을 걸어갑니다.

    "뽀드득, 빠드득" 하는 얼음소리는 이 길을 수없이 걸어 다녔던 옛 추억을 불러옵니다.


     20여년 전,

     돈도 없고 가난한 시절,  부산 국제시장에서 군화같이 무거운 등산화를 20,000원에

    등받이에 T자형 무쇠철이 있는 빨간 큰 베낭(값은 기억나지 않음), 바람을 막아주는 등산잠바를 구입하

    였습니다.  

    그 무거운 등산화에 머리위로 올라오는 무거운 베낭,  두꺼운 청바지에 면 남방....ㅎㅎ

    그리고 밥순이인 저는 산에서도 밥을 먹어야 하는지라 1인용 버너와 코펠, 쌀과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된장, 감자 몇 개, 물통, 다용도 수건한장 목에 두르고 혼자 산행을 하였습니다.

    혼자만의 등산이기에 항상 성삼재를 통해 노고단 산장에서 첫날밤을 유하고, 반야봉을 거쳐..이리저리

    길을 정하고 갑니다. 일정에 따라내려가는 길도 달랐지만.....산장에서 머물며 얼른 저녁을 해먹고(사실

    저녁이라고 해 봤자 역시 감자1개를 잘라 넣은 된장국에 밥 한그릇이지만)

    해지는 노을을 보기위해 봉우리로 뛰어 올라가 바위에 걸터 앉아 지는 해를 바라봅니다.

    해가 지면 산은 금방 어두워 지는 법..

    얼른 산장으로 내려와 여자방에서 빌린 침낭을 펴고 잠자리에 듭니다.  고개를 돌리면 한 쪽 구석엔

    거미가 밤을 같이 보내자고 손짓하기도 하지만 몸은 어느새 깊은 잠으로 빠져 듭니다.

    혼자 등산을 하다보면 어느새 산이 벗이되고 말동무가 됩니다.

    이미 저 세상은 머리속에서 지워지고 그저  이곳을 걷고 있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하고....


    물론 가끔은 네 발 짐승이 되어 기어가야 하는 곳도 만났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그러다 한번은 내려오는 길을 잃어벼렸지요.

    분명 능선에선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었는데 내려오다 보니 폐쇄된 곳이었지요.

    두려움 보다는 '물길따라 내려가면 길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물길따라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눈앞에 펼쳐진 야생화 밭을 보며 밭길을 멈추었습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노오란 야생화가 천지에 가득...

    무섭다, 두렵다라는 마음보다 ...'어떻게 이럴수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폰도 없으니...그 광경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 둘수 밖에.....

    지금도 그 노오란 꽃들은 눈앞에 선합니다, 그리고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축복이라고 ...

    한 참을 내려오니 계곡들이 있고

    집이 몇 채.. 마을이 있었지요..차가 하루에 두번 정도 다니는 곳..

    마을 분을 만나니, "아가씨가 혼자 내려오다니 간도 크다" 하시더군요. 알고는 못하겠지만

    모르고 일어난 일이라...그래도 노오란 꽃천지를 본 후라 생글생글 웃고만 있었지요..


    이젠 그 추억의 등산화도, 그 무거운 베낭도 없고

    그리 등산을 할 만큼 자신도 없습니다. 그러나 가끔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말해주고 싶어요

    " 산에 혼자 가봐........."

  • 노고단 가는길

  • 눈꽃들이 봄꽃인냥...

  • "앗, 손 다칠라" ...바람결따라 만들어진 상고대...자연은 신비 그자체지요..

  • 햇살이 좋은 곳은 이리 속을 드러냅니다..ㅎㅎ

  • 여기저기 눈길을 준다고 바쁩니다...이쁜 자태로 기다리고 있었네요..

  • 시골집 정지앞에 봄맞이 하느라 매화꽃 꺾어 항아리에 쑥~ 넣어 두니 이 또한 봄이됩니다.

    매화향기에 취해 봄햇살에 취해 나른한 울 집 강아지 마리는 편안한 낮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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