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 슬픈 역사가 담긴 계란꽃

흔히 계란꽃이라고 불립니다. 도시며 시골이며 상관없이 양지바른 곳이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여름철 내내 꽃을 피웁니다. 노지, 공원 빈터, 논두렁, 쓰레기장, 주차장 가리지 않고 빈 땅이 있으면 어디든 꽃을 피웁니다.바로 개망초입니다. 개망했어 할 때 그 개망 맞습니다. 요망한 이름입니다. 개망초 이 꽃에 담긴 슬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개 - 식물 이름을 지을 때 원래 것 보다 못하거나, 쓸모없거나, 꽃이 예쁘지 않거나 할 때 '개'를 붙입니다.

먹을 수 있는 쑥갓, 독초인 개쑥갓, 마약, 약으로 쓰이는 양귀비, 꽃만 예쁜 개양귀비 꽃이 크고 예쁜 연꽃, 꽃이 작은 개연꽃처럼요

그럼 개망초가 아닌 망초도 있느냐? 네 있습니다.

그런데 개망초가 망초보다 예쁜데 왜 개망초가 되었을까요?

망초는 개망초보다 억세고 뿌리가 깊다고 합니다. 그래서 잡초로 치면 망초가 강한 잡초지요. 잘 뽑히고 약한 개망초는 덜 잡초 같다 그래서 개망초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요.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개망초의 일본명 이누요메나(犬嫁菜)의 이누는 ‘개 견(犬)’ 입니다. 그래서 개망초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1921년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

이제 망초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이 망초, 개망초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담은 이름입니다. 망초. 망했다. 무엇이 망했을까요? 바로 조선입니다. 구한말 조선이 망해갈 때 망초와 개망초가 전국적으로 피었습니다. 나라가 망하는데 못 보던 새로운 꽃이 피었으니 많은 사람이 망초, 개망초라는 이름을 붙인 거죠.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일본이 철도를 건설하면서 가져온 침목에 개망초, 망초 씨앗이 묻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 만든 철길 따라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합니다. 공사 직후의 철길은 개망초가 번식하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그늘에서는 개망초가 잘 자라지 않거든요. 일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핀 꽃이라 왜꽃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 꽃은 일본이 원산지냐?

아닙니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입니다. 1860년대에 북아메리카에서 원예용으로 일본이 개망초를 가져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개망초입니다.

이 개망초는 가지고 놀기도 좋습니다. 길쭉해서 투호 놀이처럼 던지기를 하면 재미있는데요. 뿌리 쪽 줄기를 쑥 당기면 쉽게 빠집니다. 투호처럼 던지면서 놀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