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에서 실천하는 프로젝트 수업

발행일 : 2022-08-0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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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에서 실천하는 '프로젝트 수업'  
                    

 프로젝트 수업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고민 중 하나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것에 막연한 걱정이 있다. 큰 학교에서는 동학년이 함께 하는 과정에서 서로 조율하고 고민을 나누는 것이 고민이라면 작은 학교에서는 가르치는 내용이 서로 다른 교사들이 수업을 함께 고민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근무했던 00초등학교는 6학급 전교생이 서른명 남짓한 작은 학교다. 한 학년이 많게는 6명 적게는 2명인 학교로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사들이 프로젝트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 오고 있다.  동학년 교사들이 함께 하나의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교육활동에 담아내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작은 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학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들이 학급에서 운영되는 교육활동을 나누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00초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무학년 프로젝트 수업으로 해결하였다. 작은 학교의 특성상 학년별 수업활동 뿐 아니라 전교생이 함께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 많다. 대형버스 한 대에 모두 탈 수 있어서 체험학습도 전교생이 모두 함께 다니고 학교에서 운영되는 각종 행사나 교육활동도 전교생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교육활동을 모든 교사가 함께 모여 1년의 흐름을 공유하고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해 보았다. 

01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교육활동 
  학교 단위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려면 그 첫 출발은 학교의 구성원들이 일년동안 이루어질 학교의 교육활동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갑자기 새로운 사업이 끼어들게 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신규 사업을 독단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사전에 고민하고 있던 교육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교에서 꼭 해야 하는 교육활동이나 학교 저마다의 여건에 따른 특색교육을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며 꼭 필요한 활동과 덜어낼 활동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02 학교교육활동 덜어내기와 통합하기 
 프로젝트 수업을 학교 단위에서 운영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좋은 활동이라도 계속 더해지기만 한다면 결국 형식만 갖추게 될 뿐 진정한 배움의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새롭게 무언가 추가하려면 기존의 활동 중 또 다른 무언가는 덜어내야 한다. 만약 기존의 교육활동을 덜어내기 어렵다면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도 고민해 보자. 예를 들어 작은 학교에서도 인성교육 주간이나 과학의 날과 같은 특정한 주제의 교육활동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작은학교의 특성을 살려 무학년제 운영 또는 부스형 교육활동 운영을 고민해 보자. 00초의 경우 학기초에 '마인드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단평가와 학교 행사 운영을 통합하여 운영하였다. 

 먼저 학기초 진행되는 진단평가의 방식을 다중지능 이론을 바탕으로   ● 언어지능 ● 논리-수학적 지능 ● 공간적 지능  ● 음악적 지능 ● 자연탐구 지능 ● 대인관계 지능 ● 신체운동 지능 ● 자기이해 지능 (실존 지능은 활동에서 제외하였다) 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1학년 교실에서는 언어적 지능과 관련된 문장완성 검사나 단어찾기 게임 등의 활동을 운영하고 2학년 교실에서는 음악적 지능과 관련된 악기 연주나 작곡 활동을 하고 학교 뒷산에는 자연탐구 지능과 관련하여 학교 주변의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속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담임교사에게 피드백하기도 했다. 이런 개별활동과 관찰 기록은 작은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런 활동에 조금 더 상상력을 추가해 보면 학교의 다양한 활동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00초의 경우 어느 해에는 언어적 지능방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나 인성 교육활동과 연계하여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은 말, 단어표현을 수집하는 활동을 하기도 하고 자연탐구 지능방에서 과학 교과의 과학 탐구 활동을 여러 교사들의 협력수업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또 다중지능방을 부스형태로 운영하며 무학년으로 구성된 팀별로 순회 체험을 할 때 장애이해 교육 활동 부스를 추가하거나 과학의 날 운영 부스를 추가하여 전일제 행사에서 학교 행사를 자연스럽게 연결짓기도 했다. 

03  학교 통합주제와 학년 하위 주제 구분하기 
 프로젝트 수업을 작은학교에서 운영할 때 무학년제 활동을 통해 통합 운영을 하게 되면 서로 다른 학년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수업을 협의하고 다른 학년 수업 활동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학교 단위 통합 주제가 너무 구체적일 경우 어떤 학년에서는 교과 수업에 학교 단위 통합 주제를 담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학교 단위 통합 주제는 조금 더 폭넓게 주제를 정하고 그 하위 주제로 학년 교육과정에 어울리는 하위 주제를 고민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00초에서는 계절을 바탕으로 크게 4가지 주제를 주로 운영해 왔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4계절을 주기로 봄에는 꿈/진로와, 여름에는 생태, 가을에는 문화와, 겨울에는 나눔이라는 학교 단위 주제를 먼저 정해 두었다. 여기에 학교 단위 주제에 학교의 주요 교육활동을 다시 연결하였는데 봄(꿈/진로) 프로젝트 주간에는 진단평가와 학부모 상담, 가족과 함께하는 옛 길 걷기 활동이 이루어지고 여름(생태)주간에는 교실 야영을 중심으로 가을(문화) 주간에는 서울 문화체험과 운동회, 학예회 등이 겨울(나눔) 주간에는 지식나눔시장과 이웃 봉사활동와 같은 학교 행사를 연결지었다. 

 이런 교육활동들은 12월 교육과정 평가회나 2월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 주간을 통해 덜어내거나 새로운 활동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학기 중에는 이때 합의되지 않은 새로운 교육사업은 추가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합의 과정에 교사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각 각의 주제를 중심으로 학년 교육과정과 학교 행사를 연결할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다른 학년의 교육활동과도 서로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둘 수 있다.

 특히 자연속에 학교가 위치한 시골의 작은 학교라는 특성에 따라 '생태'활동은 봄-여름-가울-겨울 모든 주제와 연결지어서 운영하였다.  봄에는 아이들과 어떤 작물을 텃밭에 심을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결정하여 텃밭에 작물을 심고 여름에는 그 텃밭을 중심으로 학교 주변의 생태환경을 조사하고 공부하고 생태작가를 통해 생태관찰에 대해 배우고 가을에는 텃밭에서 키운 작물을 5일장에 아이들이 직접 나가 판매를 하였다. 그리고 겨울에는 그 5일장 판매 수익금으로 연탄을 구입하여 학교 주변 독거 노인들에게 연탄나눔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이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교육과정 속에서 이루어졌다. 텃밭 작물을 정하는 일은 국어시간 토의 수업에 생태 관찰과 환경에 대한 수업은 과학과 사회 수업기간에 판매를 위한 입간판을 만드는 일은 미술 시간에 이루어졌다. 수학시간에는 물건값을 정하기 위해 무게의 단위와 개수에 따른 가격을 배웠고 도덕시간 나눔의 가치를 배우고 연탄 나눔 활동을 진행한 것이다. 

 

04 무학년 협력 수업 운영 
 작은학교의  학교 단위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전교생이 함께 활동을 하게 된다. 이때 활동의 수준에 따라 아이들을 저학년과 고학년 그룹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분포된 그룹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그룹별 활동에서 교사들은 각 각의 그룹에 도우미 교사로 참여하게 되고 활동에 따라 서로 돌아가며 대표 교사로 수업을 운영한다. 어떤 교사는 텃밭 작물을 결정하는 학생들의 회의 과정에서 국어 수업을 이끌어 주었고 또 다른 교사는 5일장 판매 활동을 위한 입간판 만들기 미술 수업을 운영한다. 그리고 또 다른 교사는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온 책 읽기 활동은 운영하는 등 모든 활동에 모든 교사들이 아이들의 배움 속에 함께 참여하며 교육 활동을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며 대표 활동에 대해서는 서로 역할을 분담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라면 공개수업 또는 수업나눔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40분 단위 수업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해 교육활동의 흐름을 모든 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되 대표 활동의 운영은 서로 역할을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교사들은 학생들 속에서 그룹활동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보조교사 역할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업이 공유되고 수업을 마친 다음 교육활동을 돌아보며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학교에서 프로젝트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작은 학교는 교사들에게 다양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먼저 과중한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한 작은 학교가 오히려 업무에 치여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서류만 바라보아야 한다면 너무 불행한 일이다. 다음으로는 교사들이 학교의 교육활동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일년동안의 학교 교육활동이 예측되고 그 시기에 학년교육과정과 연계한 교육활동을 미리 준비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소수에 의해 기획되고 전달되거나 갑자기 시행해야 하는 학교행사가 아니라 학교구성원들이 함께 합의하고 고민한 교육활동이 기꺼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무조건 교사들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결국 교사들의 이야기는 아이들 이야기로 그리고 수업이야기로 수렴된다. 프로젝트 수업을 고민할 때 제일 먼저 어떻게 운영해야 하나? 어떤 방법과 절차로 수업을 운영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조금 무책임한 말이 되겠지만 절차적 완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시라 말하고 싶다. 완벽하게 준비되는 순간을 기다리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배움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 

 다양한 프로젝트 사례를 찾아볼 수 있고 수많은 책들이 서점에 있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나 이론은 없다. 우리 학교 선생님 우리 학교 아이들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에서 주제를 찾아 그것을 수업에 담아내는 일이 프로젝트 수업의 첫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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