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화가 난 아이...감정단어 활용법

발행일 : 2019-03-25 09:43  

  • 수업을 참 열심히 참여하는 명랑이는 작년까지 수업태도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아이들 앞에서 명랑이의 수업태도를 칭찬을 계속 하니 한 학생이 "명랑이는 작년까지 수업태도 엄청 안좋았어요!" 라며 이른다.

    마치 선생님은 그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웃으며 이야기 했다.

    "명랑이는 작년과 올해 달라진 점이 하나 추가 되었네요? 작년에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정말 최선을 다하는게 느껴져요"
    명랑이의 눈이 더 초롱거린다.


    그러던 요 몇일, 수학시간이 왔다.각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교실을 둘러보세요. 우리 교실에서 찾을 수 있는 각은 무엇인가요?"

    "직각이요~"


    다양한 각의 크기를 설명후 다시 교실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각을 찾자고 했다.

    "달력 받침대 각이 직각보다 달라요~""화분이 선반에서 보면 직각보다 달라요~""여기요, 저기요~"


    그러던 중 의욕적으로 명랑이가 발표했다. 

    그런데, 의욕만큼 발표내용이 맞지 않음을 아이 자신도, 반 아이들도 직감했다.


    "아! 그렇게 봤구나? 이것은 두 선분이 맞닿아 있는 경우가 아니라서 각이라고 안하고 평행이라고 해야 되는 경우란다"
    이렇게 설명했는데, 그 순간 명랑이의 눈은 동공지진이 오고 있었다.


    유난히 하얀 얼굴에 눈주위만 붉게 변했다.
    "괜찮아요?""네, 뭘요!!"

    말투가 급변한다.


    단 1초만에 전혀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무엇인가에 화났는데, 그 화난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난 거 같은데....괜찮아?"

    "화 안났어요!"


    일단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

    다른 아이들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 더 그럴 것이다.


    그렇게 남은 10분을 아무일 없다는 듯, 수업을 진행했다.

    살짝 보니 아직도 명랑이는 자신의 연필을 꼭 쥔 상태로 안절부절 못하는 눈치다.


    쉬는 시간에 불렀다.

    "아까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퉁명스럽게)화 안났어요!"


    "그래? 그럼 어떤 마음인거야? 선생님께 예의없게 하지 않는 명랑이가 평소와는 달라서 무슨 이유가 있을 꺼라 생각했어요"

    "잘 모르겠어요"


    감정카드를 꺼냈다.

    이럴  때는 감정카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 여기서 지금 명랑이의 마음과 비슷한것을 3장만 뽑아볼래요?"

    "(휙~보더니만) 없어요"


    "없어요?"

    "네! 없어요."


    "그럼 눈에 띄는 카드를 뽑아줄수 있어요?"


    이럴때는 마음을 읽지 못하는 상태이다. 게슈탈트치료에서 말하는 접촉불량이다.


    자신의 마음이 제대로 접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눈에 띄는 카드, 마음에 드는 카드, 잠시 멈춰지는 카드를 고르라고 하면 효과적이다.
    [후회하다, 실망스럽다, 안타깝다.]


    명랑이가 이 3가지를 골라 나에게 준다. 

    그런데, 순간 표정이 확 달라졌다. 사실 이것을 뽑는 것 자체로 표정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은 나도 처음이라 놀랐다.
    "아 후해하다. 실망스럽다. 안타깝다. 이 3가지 마음과 비슷하구나?"

    "네, 맞아요. "


    "그런데 이거 3가지 고르고 나니 즐거운 마음이 드는가봐?"

    "히히 네,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이는 본인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이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어렴풋하게 짜증이 났을 것이다.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 의욕만 너무 앞서서 말이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 만으로도 '감정 해소'가 되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어서 편안해진 것도 있었고 말이다.


    감정단어목록이나 감정카드는 이럴 때 매우 효과적이다.

    아이의 마음을 보다 자세히 들어야 할 타이밍이 바로 이때다.


    화가 났음도 인식하게 되고, 그 원인이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앞으로는 화의 원인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자신의 말로 표현할 것이다.


    한번의 감정분석으로 매번 잘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감정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서 엉뚱한곳에 화풀이하는 행동은 줄어들 것이다.

    올 한해 그의 성장을 기원한다.


    *사진은 초등상담나무에서 제작한 감정카드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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