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잡는 교사, 인정욕구와 자괴감

발행일 : 2019-01-31 08:44  

  • [꽉 잡는 교사! 인정욕구과 자괴감]


    몇일 전 인근학교에 있는 몇몇 선생님들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선생들은 어딜가나 학교 이야기다. 빠지지 않는 것은 두가지, 학생이야기와 관리자 이야기. 간혹 이런 학교 이야기가 네버엔딩 챗바퀴라 듣기 지루해 질때도 있다. 뭔 다른 이야기는 없나?

    그런데,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마무리는 '교육'과 '학교'다.


    #꽉잡는교사 


    어떤 선생님이 학년이 끝나가는 마당에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학년은 중학년인데, 아이 행동은 유아스러워서 항상 울먹거리고 찡찡대는 아이인데 꼭 수업도 못하게 징징거렸다는 것이다. 


    1년동안 그럴 때 마다 아이 마음이 안쓰러워서 늘 다독이고 격려해주었는데, 학년말에 더 그러니 이 선생님도 순간 욱하고 터져나왔나보다.


    "뚝 그쳐! 지금 아이들이 모둠발표를 못하잖아. 그만 울어!"

    그랬더니만 거짓말 처럼 '뚝' 그치더란다.


    1년간 그렇게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지도했지만 가정에서부터 유아로 길러진 이 학생은 1년을 그리 울다가 소리한번 지르니 이 행동을 멈추는 모습을 보며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물었다.

    "멈췄으면 된거지 왜 자괴감이들어요?"

    "제가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소리지르고 막대하는 교사들을 보면 너무 싫었거든요"


    "에이, 저도 그래요. 선생님이 매번 습관적으로 소리지르시는 건 아니시잖아요. 저도 올해 몇번 소리 질렀어요~"

    "네, 제 말은, 소리 지른 제 자신을 탓하는게 아니고...늘 소리 지르고 무섭게 하는 선생님 반에 가면 이런 아이도 꽉 잡혀서 ...그런 분들이 아이들 생활 지도를 잘하시는 선생님이 되잖아요. 그게 신경이 안쓰였는데...오늘은 내가 하는 방향이 맞는건가 싶은 자괴감이 들어서요..."


    그렇다.


    학교는 이상하게 '통제'를 잘해야 '유능한'교사로 인정 받는다.

    문제는 학생을 통제한다는 발상도 그렇지만, 꽉 잡아야 한다는 생각들. 미신같은 그런 신념을 가진 학교문화도 있다.


    내가 불편하게 생각한 지점이 몇개 있다.


    첫번째, 학교 문화에서 학생은 통제당하는 것을 당연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
    두번째, 매번 소리 질러 겁박하여 통제하는 것은 세상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것. 교사 자격증이 필요없을지도....
    세번째, 통제를 잘하는 교사(겁박을 주던, 뭘 하던)는 그 인정욕구로 인하여 다시 재생산된다는 것....
    네번째, 이 통제(꽉 잡는 것)이 누구를 위한, 목적이 무엇인 행위인가를 생각해보았을 때...어쩜 교사 자신을 위한 것 아니었는지..


    이 불편함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다 보면.....


    첫번째, 통제는 길들임같이 느껴진다. 순응하고 길들여지는 것. 자발성은 떨어지고 점차 무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을 어릴적부터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번째, 매번 겁박을 하여 통제를 하는 것은 교사 자격증없어도 할 수 있는 일!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은 아닌지...사실 창피한 일이다. 무섭게 해서 통제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전문성이라고 여기면 안될 일 아닌가?


    셋번째, 이게 학교가 바뀌지 않게 되는(?) 원인이 아닐런지....잡는 것으로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고, 잡는 교사가 인정받는 문화가 바뀌면 바꿔질 이야기들이다.


    네번째, 학교에서는 교사 자신을 위한 통제가 많다.나 역시도 그렇다.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점인데, 그래도 늘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문제의 시발점은 교사 자신이 본인 편하자고, 혹은 본인 능력부족을 덮으려고 하는....아니 더 핵심만 말하면, 학생이 교육의 '주'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통제가 가해질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그날 나는 그 선생님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샘 저도 그래요~!" 이런 어설픈 공감을 던졌다. '고마워요. 위로가 되요'라고 말은 하였지만 말해놓고 순간 내가 참 스스로 민망했다. 


    선생님은 자괴감이 들었다는데, 그게 위로랍시고 한 말인가... 집에오는 길에서 내내 혼자 곱씹었다.


    자괴감이 들었던 그 선생님은 교사로써의 인정욕구와 자신의 교육철학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몇일 지난 지금.....선생님이 앞으로 더 유연해지고 단단해지셨으면 좋겠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더욱 좋겠지만, 소리를 질렀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이 가진 신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현실에서 자괴감을 느끼며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가진 분들이 더 버티고 오래 살아남으셨어면 좋겠다. 


    나 역시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문화가 조금씩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엔카운터클래스 #인정욕구 #교사일상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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