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과 충고사이]

발행일 : 2018-11-06 10:16  

  • [구박과 충고 사이]
    명랑이와 퉁명이가 싸운다.진로가치카드 활동을 하다가 명랑이가 퉁명이에게 한마디 했나보다. 퉁명이는 1학기때 퉁명스러움을 가지고 있던 친구인데, 지금은 조금 차분해지고 긍정적인 언행이 늘어난 친구다.

    명랑이는 명랑 쾌활하며 성격이 조금 급하고 직설적인 언행을 하는 남학생이다.

    이 둘이 같은 모둠인데 진로가치카드를 달라고 명랑이가 이야기하다가 퉁명이가 퉁명스럽게 이야기 했나보다. 그러자 명랑이는 순간 직설적인 말을 하려다 나름 참고 이리 말했단다

    "너 말투 좀 부드럽게 고쳐야 할것같아"

    이 말을 들은 퉁명이는 급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 성격하는 퉁명이가 싸우지 않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자세히 들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퉁명아, 무슨일이야?"
    "명랑이가....막 구박했어요"

    (억울한듯)"야! 내가 언제 너에게 구박을 했어? 너 말투 좀 부드럽게 고치라고 내가 충고한 거잖아!"

    명랑이는 억울해하면서도 이번에는 나름 정당한 이유를 대고 있다는 식이다.
    명랑이의 태도에는 몇가지 불일치한 장면이 보인다.

    1. "너 말투 좀 부드럽게 고쳐야 할 것 같다"라는 말 속에는 애정이 없다.

    형식만 충고고 마음은 비난이다. 억울하다고 되려 더 열불을 낸다.
    즉 나는 넘지 않을 선을 지켰으니 나머지는 저 친구 탓이라는 것이다.

    명랑이가 아무리 형식을 지켰다고 하더라도 비난하는 마음으로 말을 했다면 상대는 비꼼이나 비난으로 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아이들과의 일상대화에서는 형식보다 내용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일단 명랑이가 지금 내 앞에서 하는 태도는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함이리라.또 선생님께 잘못보일까봐, 혹은 오해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의 발로다. 그래서 이야기를 했다.

    "명랑아. 선생님 눈을 좀 볼 수 있겠니?"그제서야 내가 혼을 내려고 부른 것이 아님을 눈치챈듯하다.

    눈빛이 붉은색에서 노랑색이 바뀐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동공색으로 돌아왔다.숨소리도 거칠었는데, 가늘어지고 몸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잦아들었다.

    이제 명랑이에게 무슨 말을 해도 통할 수 있다.
    "퉁명이게게 말투를 부드럽게 고치라고 충고할 때, 누구를 위해서 말한거야?"
    "퉁명이를 위해서....아....."

    퉁명이를 위해서 충고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려다가 뭔가 느낌이 왔나보다.'아....'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고개 들어볼래요?"
    "네..."

    "퉁명이를 위해 충고한 것이 아니라 명랑이 자신이 화가 나서 말한 것 같은데, 맞니?"
    "네...아까 화가 났어요. "

    "화가 났는데, 많이 참고 이야기 했구나?"
    "네..."

    "참고 이야기 한것까지는 노력했는데, 결국 화낸 것과 같은 일이 벌어져서 조금 당황스럽지?"
    "네...충고한다고 이야기 하면 될줄 알았는데 ..."

    "퉁명스러운 말투를 고치라고 한 것은 퉁명이에게 필요한 충고일 수도 있어, 하지만 퉁명이가 원할 때 아끼는 마음에서 말해야 상처가 되지 않을꺼야"
    "아...."

    "선생님, 죄송해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구나? 이건 선생님께 말할 일이 아니라, 퉁명이에게 마음을 전달하렴"

    "퉁명아...미안해, 아까는 내가 화가 나고 짜증이 났었어. 원하지도 않는데, 충고를 해서 미안해"
    퉁명이가 사과를 받고는 진정이 되었다.

    나와 명랑이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기 때문에 명랑이의 사과를 잘 받아들 일 수 있었던듯하다.
    나름 버럭 화를 내지 않고 친구에게 한 말이 사실은 비꼼이나 잔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퉁명이 말투가 그러한 것을 퉁명이가 왜 모르겠는가.

    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퉁명스런 말투를 애정이란 말로 포장하여 지적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애정이고 충고였는지 몰라도 퉁명이에게는 상처의 말들이다. 그랬으니 저리 울었던 것이지.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나서, 나 자신도 되돌아보았다.얼마나 많은 비꼼과 잔소리를 '너를 위해서 '라는 포장과 함께 했는지. 
    반성해본다. 그가 원하지 않을때 하는 말들은 비수가 될 수도 있고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이다.

    그럴때는 우아하게 포장하지말고 솔직히 말하던지 아님 부탁하자."퉁명스런 말투가 불편하게 들려요!"

    #엔카운터클래스 #말투 #잔소리 #팩트 #피드백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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