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생이 만나자고 해서 / 꿈 많은 엄마

발행일 : 2020-10-14 19:41  



자기소개 간단히 해주세요.

저는 2008년에 교직에 나와서 지금까지 13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고요. 요즘엔 대학원 공부도 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학교 일도, 학교 아이들과 호흡하는 것도. 모두 소중히 하며 사는 중인 교사입니다.

 

아이 몇 살인가요?

큰 아이는 6살, 작은 아이는 3살이요.

 

경력 중 육아휴직은 얼마나 쓰셨어요?

큰 아이 때 6개월 작은 아이 때 1년 썼어요. 아이 아빠와 육아휴직을 나누어 썼어요.

 

아이를 키우기 충분한 시간이었나요?

충분하다고는 얘기 못 하겠어요, 최근 육아시간이라는 제도가 생겼잖아요? 그 제도 덕분에 근무하면서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조금 일찍 복직했어요.

 

교원의 육아휴직은 최대 3년까지 가능한 거죠?

네. 제가 3년 남편 3년이 가능하죠. 아이가 둘이면 엄마 아빠 각각 3년씩 해서 12년까지 가능해요, 이론상.

 

그렇게 길게 육아휴직 하는 분은 못 본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급여 문제가 있죠. 육아휴직 기간에는 평소에 받던 급여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아요. 급여에 관한 정책은 매번 바뀌기 때문에, 이 글을 읽고 그대로 생각하시면 안돼요. 저는 본봉의 50퍼센트나 상한선 금액 100만원 중 낮은 금액으로 받았어요.

물론 이 금액도 다 받는 건 아니예요. 기여금 등 소급되는 금액이 있기 때문에 손에 떨어지는 금액은 더 적어요.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겠어요.

육아휴직 2년차부터는 급여가 아예 없어요. 그 때부터는 외벌이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아이 키워본 분은 아시겠지만 아이가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있어요. 계산해보니 1년 이상 외벌이로 살면 어려워지겠더라고요. 그래서 허리띠 바짝 졸라매고 살았죠.

 

만약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었다면 육아휴직을 더 하셨을 것 같나요?

네.

 

육아휴직 첫날 아침을 말씀해주세요. 방학하는 날 같나요?

너무나도 기다렸던 날이었어요. 하고 싶은 것이 많았죠. 유모차를 끌고 나가서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아이가 잠들면 공원에 앉아서 책도 좀 읽고. 그런데...

육아휴직 기간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아요. 18개월은 지나야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어요. 그 시간은 지나야 아이가 이유식을 끊고요, 통잠 자고요,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요.

그 전 까지는 아이의 생존문제를 해결해 주는데 급급해요. 이유식을 발달단계에 맞춰서 먹여야 하고, 예방접종도 해줘야 하고. 커피는 무슨 커피인가요. 아이가 잠들면 쓰러져 자기 바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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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세히 얘기는 처음 들어요. 정말 고생 많이 하셨네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거든요. 18개월 이후로는 아이가 너무너무 예뻐요. 그때부터 다시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조금의 기간만 고통스러우면, 물론 조금은 아니지만, 이런 예쁜 아기가 또 나오겠구나.

 

아! 그래서 2년 터울이 많은 건가요.

(웃음)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죠.

복직한 첫날의 책상

복직한 첫날은 어땠나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육아휴직 기간이 길지 않았어요. 업무의 공백은 느끼지 못했죠. 생활지도나 학습지도도 어렵지 않았고요.

육아휴직 전과 달라진 부분은 제 온 신경의 절반이 아이에게 가 있다건 달라졌어요. 혹시라도 아이가 다쳤거나 엄마를 찾는다는 전화가 올까 봐요. 근데 아이들은 적응을 잘하더라고요.

 

요즘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바뀌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안전에 예민해지기도 했고, 국가 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게 되었죠.

우리 집은 긴급돌봄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마음이 편하진 않은데, 특히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내야 한다는 점이 그래요. 어른인 나도 힘든데 아이는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해요.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을까요?

공공기관은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형태의 운영에서 친구들과 관계 맺는 법 같은 건 배울 수 없잖아요. 우리 아이가 있는 곳은 4~5명의 아이가 긴급돌봄으로 나오는데, 퇴근할 때 데리러 가면 1~2명의 아이 밖에 없더라고요. 선생님과 의사소통만 가능할텐데,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이상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겠죠.

 

또 불편한 부분은 없나요?

큰 아이가 우리 가족을 놀자놀자 패밀리라고 얘기해요. 함께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밖에서 놀 환경이 되지 않으니, 그 부분이 불편하죠. 대신 집에서 충분히 놀아요. 남편이 몸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을 잘 만들거든요. 함께 책도 읽어주고요.

 

남편분의 육아 스킬이 대단한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정말 잘 하는 아빠예요.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요. 아빠는 들어오는 순간 출근가방 던지고 아이들을 데리고 씻으러 가요. 그럼 제가 그 시간에 밥을 차릴 시간이 생기죠.

 

육아 유튜버 하셔도 되겠어요.

얼마 전에는 로보카 폴리 노래를 틀어놓고 아이들이랑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육아의 달인이라고 봐도 되겠어요. 자는 아이를 안고 짬뽕을 먹는 게 달인의 경지라고 하는데 우리 남편은 그걸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에요.

쉘러 선생님의 요리사진

밥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식사를 준비하면서, 식사하면서 이루어지는 소통들이 중요하죠. 처음 식사를 신경쓰게 된 계기는 아이들의 건강 때문이었어요. 아이들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그게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 주는 일이더라고요.

 

요리를 따로 배우시나요?

따로 배운 적 없지만, 요리는 제 오래된 취미예요. 대학생 때부터 좋아했어요. 조모임 끝나고 친구들에게 닭을 튀겨서 먹였던 기억이 있어요. 그밖에 월남쌈 스파게티 등등 다양한 요리를 시도했었고,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됐죠.

 

올해 초 급식이 안 되었을 때, 같은 학년군 선생님들 점심을 책임지셨다고 들었어요.

늘 하던 일이니 크게 힘든 일은 아니었어요. 물론 식단을 짜고 좋은 재료를 찾고 하는 과정에서 제 시간이 들지만, 그걸 일이라기보다는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거든요. 함께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기에 제가 조금 더 노력했죠. 방역수칙을 지키느라 멀리 떨어져서 먹기는 했지만요.

 

제가 따라 할 수 있는 요리가 있을까요?

샐러드 파스타라는 어렵지 않은 요리가 있어요. 준비물은 마트에서 파는 샐러드용 야채를 준해요. 토마토 발사믹 절임, 리코타 치즈예요. 손님이 오면 파스타 면을 삶은 다음에 이것들을 하나로 모으면 되는 거예요.

 

토마토 발사믹 절임이요? 그건 어떻게 만드나요?

토마토를 살짝 데친 다음 껍질을 까요. 여기에 발사믹 글레이즈 올리브 오일, 다진 양파를 넣고 이틀을 재워요. 그러면 아주 맛있는 토마토 절임이 완성됩니다. 이 양념도 버리면 안 돼요. 삶은 파스타 면에 그 양념을 버무려야 하죠.

1주일에 책 한 권

바쁘게 사시는 것 같아요.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하루를 100으로 둔다면 학교 40 육아 40 개인 20으로 나눠서 쓰는 것 같아요.

 

하나씩 여쭤볼게요. 학교에서 어떤 업무 맡고 있으신가요?

6학년 부장하고 있고요. 생활 인권 업무부장 겸임하고 있어요. 얼마 전부터는 돌봄 관련 업무도 맡고 있고요.

 

뭐 하나 쉬운 업무가 없네요. 개인적으로 하는 공부는 어떤 분야인가요?

교원정책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학교 현장을 잘 아는 정책 전문가를 목표로 해요. 교원정책도, 학교행정도, 현장에 관한 이해도도 함께 갖춘 전문가요. 관련 학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요. 지금은 육아 때문에 출석수업은 잠시 못 가고 있지만, 개인연구는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어떤 연구요?

올해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 등 매우 혼란스러웠죠. 이 상황을 교사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심층인터뷰를 해보려고요. 잘 적응한 선생님의 사례, 필요한 전문성, 학교가 갖추어야 하는 환경 등을 도출해내려 해요.

나아가서 교사의 전문성 교육 방법과 연결 지을 수 있겠죠. 구체적으로는 현직 교사의 재교육을 통한 전문성 신장 방법이나, 교사 양성기관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이런 전문성이 갖춰질 수 있는지도 관해서요.

 

교원정책이라는게 참 넓은 분야네요.

넓죠. 아까 말씀하신 육아휴직 같은 교원복지제도도 관심 있고요. 그런데, 교원 정책을 연구하고 결정하고 집행하는 분야에 교사 수가 충분하지 않아요. 교사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게 그 이유고요. 학교현장에 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해요.

 

쉬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쉬는 시간을 따로 내지는 않아요. 아이들 재우고 다음 날 아이들 먹거리 준비하는 잠깐의 시간이 쉬는 시간이에요. 종일 생각에 휩싸여서 살다가 잠시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거든요. 이 시간에 빵을 굽거나, 책을 읽거나, 논문을 써요.

 

참 뜨거운 삶입니다. 그렇게 사실 수 있는 동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전 꿈이 있거든요. 유능한 교사와 행복한 교실, 그리고 하고 싶은 공부도 모두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꿈 덕분에 입시를 준비할 때도, 선생님을 준비할 때도, 되고 나서도 정말 간절하게 공부하고 준비한 시간이 있었어요. 그 시간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게 동력이 되어 끊임없는 에너지가 되거든요.

 

오늘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육아와 육아휴직 제도 너머에 있는 엄마’, ‘아빠라는 개인에 관해서 더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웃음) 육아휴직에 관해서 처음에 안 좋은 얘기만 했던 것 같은데, 교원의 육아휴직엔 큰 장점이 있어요.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는 부분이죠. 복직할 때 내 자리가 있잖아요. 사실 이 부분만으로도 다른 직군의 육아휴직제도와 비교하면 좋은 편이죠. 휴직 기간도 경력으로 인정되고, 육아시간이라는 제도도 있고요.

물론 이런 제도가 있어도 잘 쓰는 게 중요하죠. 일부 학교 분위기에 따라 육아시간을 쓰는데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다고도 하는데, 이런 인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렇죠. 좋은 제도도 현장에서 쓰여야 의미가 있겠죠.

네 (웃음). 개인을 봐주셔서 고마워요. 애쓰고 있는 엄마들, 아빠들 모두 참 꿈 많은 사람 이었을 거에요. 육아, 학교일, 수업 뭐 하나 쉬운 일 없어요. 하지만 그 하나 때문에 나머지를 포기하기보단 기운 내서 다 원하는 만큼의 목표를 이루셨으면 좋겠어요. 자기 생각하기 나름이거든요. 모두 기운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돼요. 정말이요. 인터뷰 여기서 마칩니다.

 

2020년 9월 14일

정윤회

쉘러 선생님을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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