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복지

1) 학급운영비를 학급복지비로 쓰기

학급 환경 미화를 알뜰하게 재활용하고 여기서 남는 학급 활동비 예산(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서울의 경우는 학급 활동비로 1년에 10만 원 이상 지원)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문구류 등을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산 문구류를 처음에는 빈 사물함에 넣어 보관하다가 학년말에 교무실에서 여유분으로 나온 잠금장치가 있는 교사 사물함을 가져와 학급 비품함으로 사용하고, 1인 1역 역할에 총무 팀장을 추가했습니다.

총무 팀장이 스스로 컴퓨터용 사인펜은 학급 재적수에 10개 정도 더해 구입해 두고 시험 때 학생들에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축구공, 농구공은 1년 내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씁니다. 새 공을 사기에는 학급비가 넉넉지 않아 학생들에게 집에 안 쓰는 공이 있으면 싸게 팔도록 요청했습니다. 미니 빗자루 세트는 학급 재적수보다 5개 (칠판 청소 담당용 등) 더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기 책상과 의자 주변을 청소하도록 해 청소 시간을 따로 마련하거나 청소 관련 책임을 지우지 않습니다. 스펀지 클리너(매직 블록)는 교실 벽 낙서 지우기용으로 구입해 둡니다. 3월 둘째 날 소지품 분실을 막기 위해 유성 매직 세트를 분단별로 하나씩 나누어 주어 모든 소지품에 자기 학번과 이름을 쓰도록 합니다. 심지어 체육복 바지 안쪽에도 이름을 쓰게 해 분실했을 때 주인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합니다.

비품함 속 문구류

A4 용지, 손톱이 튀지 않는 손톱깎이, 안경 수리용 소형 드라이버 세트, 반짇고리, 연필깎이, 수정테이프, 30센티미터 자, 셀로판테이프, 풀, 가위, 칼, 인주, 본드, 집게, 손걸레, 스테이플러, 접착테이프, 휴대전화 충전기, 생리대, 렌즈 세척액, 땀냄새 중화용 방향제, 축구공, 농구공 등.

학급운영비를 학급복지비의 관점에서 사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구입한 비품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가벼운 상처로 보건실 가기 귀찮다며 구입한 일회용 밴드, 여름에 남학생들 땀 냄새 심하다고 구입한 방향제, 렌즈 끼는 여학생을 위한 렌즈 세척액 등입니다. 또 컴퓨터용 사인펜은 총무 팀장이 한 상자 구입해 두고서 시험 때 필요한 사람은 칠판 모퉁이에 이름을 적고 빌려 갔다가 끝나면 반납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하니 무인 대여 시스템이 이루어지더군요. 아이들 자치에 맡기니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래와 같이 예산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한 다음 일주일 뒤에 토론을 거쳐 찬반 투표로 결정합니다.

학급운영비 예산(안)

담임 기증 목록

학급운영비는 총무 팀장이 계좌를 만들어 관리 및 지출하고 영수증을 모아 월 1회 학급 게시판에 게시하고 결산 보고를 합니다.

[학급운영비 지출 팁]

학급운영비를 자잘하게 나누어 쓰면 결산 처리가 성가셔서 적절한 용도로 한 번에 영수증을 끊어 행정실에 제출하고, 학급 1인 1역 총무팀장에게 돈을 모두 맡기고 회장, 부회장, 총무팀장이 협의해 알아서 쓰도록 합니다.

2) 학급 알바 주선

청소년 알바의 30% 가량은 생계형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알바를 안 하면 등교는 물론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뜻이지요. 사회복지사가 계시는 학교에서는 복지사께 문의해 수급자와 차상위 가정 학생 명단을 받아 수첩에 적어둡니다. 외부 유출이 안 되도록 신경을 씁니다.

(1) 학습 자료 제작 알바

학생의 다중지능에 맞게 학습자료 제작 알바를 부탁하면 자존감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알바를 준 것이 드러나지 않게 배려하면 됩니다. 아무리 봐도 이 알바는 00가 가장 잘 할 것 같다든지 이번에 수행평가를 가장 열심히 한 00에게 기회를 준다든지 구실은 약간만 생각하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부모 이혼의 화로 아버지를 미워하며 앙갚음으로 학습을 거부하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지각을 40번 이상하더군요. 아버지가 싫어하는 행동 골라하기로 앙갚음을 하는 것이지요. 학교에 와서 집에 갈 때까지 아무 것도 안해서 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우울이 심해 치료제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이 아이가 저녁에 화실을 다니고 색채감이 뛰어나더군요. 그래서 그동안 학생들에게 받아온 흑백의 그림사전 과제물 수백 장과 고급 사인펜을 아이에게 주고 칠해달라고 하였습니다. A4 한 장에 2천원을 주었는 데 수백 장을 다 칠해 수천 개의 칼라 그림사전이 탄생했습니다. 그것을 수업에 활용하면서 아이가 은근히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2 1년을 무사히 지냈습니다.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에서 이를 두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Random or Plandom)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훌륭한 교사의 특징 중 하나는 교실에서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교사가 하는 모든 일에는 계획과 목적이 있다. 만약 상황이 그들이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으면 미진했던 점에 대해 반성하고 그에 맞춰서 계획을 조정한다.“

(2) 청소 알바

수급 가정 학생에게 교과교실 청소를 은밀하게 부탁하고 회당 얼마씩 알바비를 주면 아이들은 봉사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