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여행지의 풍경이 펼쳐지는 '풍류대장' [TV 리뷰] JTBC <풍류대장>

발행일 : 2021-11-12 15:42  

 

국악은 아직도 생소하다. 분명히 우리 가락이고 한국의 전통 음악인데 지루하기도 하고 귀에 익숙하지도 않다. 가끔 드라마나 사극의 배경음악으로 가요풍의 국악을 접할 뿐이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국악인의 소리를 접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국악은 대중과의 거리가 있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신선한 음악을 들었다. 가요도 아닌 국악도 아닌 익숙하지 않은 음악인데 묘한 분위기로 귀에 꽂히는 노래였다. 다시 듣고 싶어서 노래를 검색해 보니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라는 곡이었다. 그 노래를 계기로 국악 가요에 관심이 생겼고 새로운 노래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국악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을 만났다.
 
JTBC의 국악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은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이라는 부제처럼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국악가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날 수 있는 음악경연 프로그램이다. 국악가요를 통해 사람들에게 대중적이고 친숙하게 국악을 알리고 세계적인 국악인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풍류대장> 참가자들은 이미 국악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과 재능을 인정받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수많은 해외 공연과 다양한 국내 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고 무대에 오를 기회가 적은 국악인이 많았다.
 
<풍류대장>에 참가한 국악인들은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국악가요를 만들기 위해 친숙한 서양 악기를 연주하고 전통 악기로 서양 음계를 활용해 편곡하여 대중음악을 표현했다. 댄스, 발라드, 힙합, 록 음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하는 소리꾼들의 모습은 새로운 감동과 전율을 전해주었다. 우리의 소리는 몸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림이 강렬하다. 신명나는 휘모리장단에 어깨춤을 추고 처연하고 심금을 울리는 정가의 청아한 소리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풍류대장>을 보며 음악에 다양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했다. 국악인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이유는 음악 시장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통 국악이 어렵고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평소 대중들이 국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동안에도 국악인들은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국악가요를 <풍류대장>을 통해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국악가요를 들으면 단단한 소리의 힘이 느껴진다. 마치 깊게 뿌리내린 소나무가 굳건하게 서 있는 있는 것처럼 음악의 뿌리가 느껴진다. 오랜 세월 갈고 다듬은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마치 숲에서 만나는 새소리, 새벽 물안개 피어나는 강가에서 느껴지는 단아한 바람, 수직으로 웅장하게 떨어지는 폭포소리, 여름날의 시원한 소나기처럼 자연의 소리가 담겨 있다. 국악가요를 듣다 보면 어느덧 미지의 상상의 세계로 떠나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가야금, 거문고, 태평소, 아쟁, 대금, 해금 등 전통 악기는 깊은 소리와 어우러져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풍류대장 JTBC 화면 갈무리

▲ 풍류대장 JTBC 화면 갈무리 ⓒ JTBC

 
코로나 시대의 국악계는 공연의 중단으로 침체와 깊은 불황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술인들에게 무대는 생계이자 삶의 가치이고 존재 이유이다. 예술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다채롭고 풍요롭게 해 주고 바쁘고 삭막한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휴식을 준다. 예술적 아름다움은 현실을 고통을 아름답게 승화하여 보여준다. 국악인들이 나아가 예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예술이 우리의 힘겨운 삶에 희망의 빛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국악인들은 수십 년의 세월을 준비해 왔다. 내가 그들의 음악을 호불호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은 국악인들 각자의 삶이 그들의 음악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탈락해서 다음 경연 때 볼 수 없는 국악인들이 무대가 너무 아쉽다. 국악인들이 앞으로 새로운 무대에서 대중들과 만나서 개성 있는 음악을 들려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출근하면서 이어폰을 꽂고 어제 경연에서 들었던 음악을 다시 플레이 한다. 음악을 듣는 순간 영화처럼 지하철에 안에서 무표정한 사람들 사이에서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라일락 꽃잎이 흩날리고 새들이 하늘 높이 자유롭게 날아간다. 당신이 지금 내가 만난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휴대폰을 켜고 서도민요팀의 '사랑가'를 들어보면 좋겠다. 제주 푸른 바다의 설렘과 제주 곶자왈 사려니 숲의 청량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최여완의 '연인'을 들어보시라. 지금 바로 당신이 가고 싶은 여행지의 황홀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새로운 음악은 우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안내한다. 음악적 취향은 중요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접할 수 있던 음악은 패스트푸드의 한정된 메뉴의 익숙한 맛처럼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이제 몸과 마음을 열고 오감으로 감칠맛 나고 쌉싸름하고 새콤하면서 입맛 당기는 매혹적인 한정식의 깊은 맛을 느끼고 싶은 당신을 <풍류대장>의 신명나는 무대로 초대한다.
 
우리 소리 얼씨구나! 좋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iRoom/index.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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