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교사 18일차 <교사의 가르침, 배움의 자세>

발행일 : 2024-04-27 23:05  

우리는 가르치면서 배움에 대한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거나, 반대로 무관심하고, 배움에서 도망치는 것이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또한 그런 모습은 그 사람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태도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관심과 호기심, 목표를 이루고 싶은 마음, 자기 개발에 대한 욕구와 반대로 흥미 부족, 두려움, 부담감, 마음의 어려움, 타인의 시선 같은 것들이 쌓여서 배움의 태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은 원래 배움을 좋아하게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키워본 부모님들을 아실 겁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질문을 많이 하면서 자라는지 말이죠. 어린 자녀들은 '엄마 이게 뭐야? 아빠 이게 뭐야?'라는 질문을 달고 지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배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순간부터 배움에서 멀어집니다. 특히, 타인과 비교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느끼면서 배우는 것이 마냥 기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모가 내가 하는 것에 대해 평가하거나 내가 남들보다 뒤쳐짐을 알았을 때 우리는 배우는 것에 대한 불안이 생깁니다. 내가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배워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순간부터 조금씩 배움에서 멀어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배우는 것이 뭐지?'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태도'입니다. 알아야 할 것들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학생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학생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와 비난을 듣다 보면 어느새 학생들은 작아지거든요. 작아진 나를 가지고는 배움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될 때 아이는 배울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교사가 학생을 향한 평가의 시선을 거두고 격려의 시선을 가지면, 아이들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됩니다.

참고로 저는 운동을 잘 하지 못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잘 하지 못하니 안 하게 되고, 안 하다보니 잘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공을 보면 피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공으로 하는 운동을 한다면 그건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일 것입니다. 제가 잘 하고 못 하고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정말 친절히 알려줄 수 있는 사람, 나를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저도 행복하게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평가는 평가의 기준대로 해야겠지만, 하려고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에, 중학교 1학년 수업에서 '프리라이팅'을 했습니다. ('프리라이팅'이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쓰는 것입니다. 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자유롭게 꺼내놓는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계속 끄적입니다. 틀리는 것은 없습니다.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멈추지 말고 쓰라는 것입니다.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 같은 단어나 문장을 반복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쉬운 글쓰기가 없는데… 시간을 주고 프리라이팅을 하라고 했지만, 한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처음 학생의 글을 대하고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아이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분노가 멈추었습니다.

제가 이 아이의 삶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어쩌면 이 아이는 이게 최선을 다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자, 저는 제 마음을 다해 "앞으로 더 많이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별거 아닌 말을 해줄 수 있었습니다.

운동선수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바로 체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과 기본기 훈련입니다. 기본기를 제대로 갖춘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운동 선수들의 이름+기본기'라는 키워드나, '운동종목+기본기' 검색을 하면 우리가 오래도록 반복하면 좋을 만한 훈련 정보들이 나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2002년 월드컵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부족한 것은 기술이라고 했습니다. 더 좋은 기술을 가지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었죠.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이 되는 체력이라며, 체력 훈련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월드컵 4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아시겠지만, 기본기라는 것은 한 순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겨움을 이기고 꾸준히 반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교육과 수업을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기는 무엇일까요? 교육과 수업의 기본기를 잘 닦기 위해 우리가 반복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교육과 수업에 대한 기본은 '학생'의 관점으로 수업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을 할 때, 우리는 학생의 관점에서 내 수업을 보아야 합니다. 수업을 기획할 때, '내 수업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일까? 학생들이 재미있어 할 요소가 있을까? 학생들이 목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입니다. 당연한 질문같지만,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잘 해보지 않게 되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당위의 수업을 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연하다'는 말은 어디에나 쓰이기 쉽지만, 실제로 적용하면 안 되는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부모니까 당연히 이렇게 책임져야죠. 교사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죠. 학생의 행동은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라고 생각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꼭 맞는 생각도 아닙니다. 교사로서 이미 교육과정에 성취기준이 이렇게 있고, 교과서에도 있는 내용이기에 이정도는 알아야 하고, 해내야 한다. 이정도 수준은 되어야 하고, 이 정도 과제를 다른 학교 학생들도 다들 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당연히 그랬습니다. A4용지로 5쪽의 서평을 쓰는 수업자료를 보고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해봤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수업도 이정도 수준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아이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치밀히 준비되지 못했던 수업으로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 했습니다.

우리가 망했다고 생각하는 수업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관점에서 우리의 수업을 디자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입니다. 작게는 수업이나 활동 속에서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어떤 질문을 할지,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지 상상하는 것부터, 크게는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고 아이는 어떻게 성장해 있을지를 상상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교사가 학생의 관점으로 상상하고 생각하는 기본기로부터 교육과 수업의 질이 결정됩니다.

그런 교사가 되려면, '학생'들의 삶을 들여다 보며 알아야 합니다. 관심을 가지는 거죠. 그건 결국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수업시간에도, 수업 이외의 시간도 함께 하며 학생의 영역을 알아가고, 함께하는 존재가 되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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