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수업 시간마다 보건실에 가는 학생

발행일 : 2021-04-17 10:08  

학교마다 매시간 보건실에 오는 학생들이 있지요~

보건교사 입장에서도 참 난감한 아이 이긴 합니다.

근데요..

그 아이들을 보건실엘 못가게 하면 다른 곳 어디라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서실이나 상담실을 가면 차라리 다행입니다.

'욱'하는 마음에 화장실에 들어가 안에서 문 잠그고 안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그 마음을 받아주는 이 없으니 화장실 안에서 자살소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학교 담너머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담임선생님이든, 교과선생님이든, 보건선생님이든 보건실 가는 그 아이의 발길을 막지 마소서~

가끔 담임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우리반 OOO가 보건실 너무 많이 가지요? 죄송해요. 제가 하루에 한번만 가라고 말할게요. 갈 때는 저에게 허락받고 가라고 할게요"

아이가 저를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전달됩니다. 그러나!!

"오~~노~~~ 아닙니다. 그냥 두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루 열두번 와도 됩니다."

어차피 교실에 묶어놓아도 수업 방해 하거나, 엎드려 잘 수 있어요. 물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할 수도 있긴하지요.

그렇지만 선생님들~

살아보니 어떠시던가요? 가정사로, 학교 일로 마음이 복잡한데 수업 연구, 업무, 일상생활 잘 되시던가요? 저는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런 아이들이 있으면 보건실 도우미로 임명해 줍니다.

매 시간 눈치 보면서가 아니라, 당당히 보건실에 올 이유를 만들어 주는 거지요.

쉬는 시간마다 보건실 와서 보건샘 도와주는 임무를 줍니다. 아이들이 의외로 보건실 도우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더군요.

물론 도우미 활동을 할 때 마다 '우리 OOO가 있어서 선생님에게 큰 도움이 된다.' 라는 칭찬을 꼭 해주셔야 해요.

수업 시간에 좀 늦게 들어가도 보건실 도우미 하느라 늦었다고 말할 핑계도 생기구요.

몇 번만 하면 "선생님, 저 수업 시간 되서 이만 가봐야해요~ 다음 시간에 또 올게요~" 하면서 밝은 얼굴로 갑니다. 자기가 학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된 것이 기쁜 것이겠지요.

신기하게도 수업 중에 오던 아이가 쉬는 시간에 뛰어오는 아이로 바뀝니다.

아이가 밝은 아이로 바뀌니 좀 지나면 오는 횟수가 뜸해집니다. 쉬는 시간에 함께할 친구가 생긴거지요.

그렇게 받아준 제자가 잘 성장해서 얼마전에 전화가 왔어요. 

대학 진학을 했고 물리치료학과를 공부하고 있답니다.

"학생들이 보건실에 가는 이유는 다 옳습니다."

 

중학교 보건교사

전국보건교사회 학술이사

대한성학회 학교 성교육분야 이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폭력예방교육 분야 위촉 강사

티처빌 교사119 원격연수 강사

모험상담연구회 연수 강사

와이스토리 스토리텔링 연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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