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희망 노래

발행일 : 2021-01-25 21:15  

미생의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희망 노래

[리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20년 놓치면 후회할 한국영화

▲ 심진그룹 영어토익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이먼트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터는 실직에 대한 불안감과 고용 위기로 살얼음판이 되었다. 정규직에 비해 취약한 계층인 임시직과 일용직은 자리를 잃고 생계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무급휴직으로 내몰리고 결국 해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 안전망이 없는 노동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고통스러워졌다.

코로나19는 저임금 노동자, 젊은 비숙련 노동자, 여성,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2020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고졸 이하 학력 계층과 여성의 실직적 피해가 가장 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영화의 배경은 1995년. 경제 호황을 이루던 시기였지만 고졸이하 여성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했다. 영화는 일터에서 불의와 차별을 맞서는 비정규직의 힘겨운 싸움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 롯데엔터테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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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 우먼(MY dream is Career woman)"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직장인이 되고 싶다는 이자영(고아성)의 말이다.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지금의 비정규직의 입장을 서글프게 보여 준다. 고졸 사원들이 부당한 처우를 견디는 이유는 대리 승진이라는 회사의 미끼 때문이다. 고졸 사원들은 새벽부터 회사에 출근하여 승진의 조건인 토익 점수를 받기 위해 애를 쓴다. 지금도 2020년 대한민국을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36.4%로 근로자 10명 중 4명을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현실은 과거보다 더 암울해졌다.

누구나 직장에 취업하면 처음에는 자신이 가치를 인정받고 일에 열정을 쏟고 싶어한다. 그러나 거대한 회사라는 조직에서 노동자는 언제든지 소모품이거나 대체 가능한 부속품이 된다. 그러나 회사는 이익을 위해 맹목적으로 조직을 위해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사진 ⓒ 롯데엔터테이먼트


"뭘 이렇게 열심히 해? 어차피 상고 출신이고 잔심부름만 사라지겠지."

이솜(정유나)의 대사처럼 영화 속 고졸 사원은 결혼하고 임신하면 강제로 퇴사해야 하는 힘없는 존재들이다. 생산관리 3부 오지랖 이자영(고아성), 마케팅부 돌직구 이솜(정유나), 회계부 수학왕 박혜수(심보람)는 삼진 그룹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퇴출당할 고졸 사원에 불과하다. 회사에서는 잔심부름을 하고 남자 사원들의 허드렛일을 처리하는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는 존재일 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고 부당한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정리해고에 가장 먼저 희생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이다. 어렵게 정규직이 되어도 입장도 다르지 않다. 회사를 위해 헌신했지만 결국 병든 몸으로 퇴사를 하고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게 된 봉현철(김종수) 부장은 박혜수(심보람)에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박혜수(심로람)은 하고 싶은 일은 잘 모르겠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많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억지로 웃는 게 정말 싫어요. 아침마다 커피 타는 것도 싫고요. 출근할 복도에서 때마다 어깨를 치고 가는 사람들이 싫어요. 왜 항상 복도에서 나만 비켜야 하는지 예의 없는 사람들이 싫어요. 고졸 사원을 표시하는 유니폼도 싫고요. 숫자로 거짓말하는 거 진짜 못 참겠어요. 숫자한테 미안해요."

박혜수(심보람)은 타인에게 무시당하고 차별받고 기업의 비리를 감추는 노동을 강요당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대사로 전한다. 박혜수(심보람)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일의 기회를 박탈 당하고 부당한 노동을 거부할 권리를 빼앗겼다. 그러나 그녀들은 결국 직장의 억압과 차별과 정리해고의 압박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동료들을 설득하고 회사의 불의를 상대로 투쟁을 시작한다.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이먼트


"세상이 갈수록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지? 그런데 옛날이 참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무책임한 말인 것 같아. 사람들이 이만큼, 저만큼이라고 정해 놓은 것에 들어가려 애쓰지 말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봐."

회사를 퇴사하고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봉현철(김종수) 부장이 후배인 박혜수(심보람)에게 건넨 말이다. 부조리한 현실과 냉혹한 노동의 현장에서 좌절하고 있는 후배 노동자에게 선배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사이다.

이제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의 부조리를 바꾸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터와 희망이 사라지기 전에 함께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경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사진 ⓒ 롯데엔터테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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