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랑 얘기 좀 해요!

발행일 : 2018-09-04 08:46  

  • [선생님! 저랑 이야기 좀 해요!]
     
    개학을 하자 마자 당찬이가 점심시간에 한 말이다.
    '나랑 얘기를 하자고?' 
     
    아. 개학 하는 날 점심시간부터 왜 그러지?
    밥친구 순서가 몇일 뒤인데, 갑자기 개학날 점심시간부터 이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긴장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어...어...그래..."
     
    내심 쫄았다. 
    혹시 내가 모르는 학폭의 징후라도 있는것인가? 하는 불안감에....떨떠름했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그녀가 말헀다.
    "아녜요! 그냥 제 밥친구때 밥먹으면서 이야기 해요"
    "어....어...그래"
     
    아....이 무슨 당찬 모습인지 모르나 급한일은 아니지 싶었으나, 혹시 몰라 방학중에 무슨 학폭사안이라도 있나 싶어서 물어봤다.
     
    "당찬아. 무슨 급한일 있어? 그럼 선생님께 지금 이야기 해도 되"
    "음...아녀요. 그냥 밥친구때 말씀드릴께요!"
     
    더 캐묻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밥친구시간이 왔다.
     
    일찌감치 내 자리로 와서 내가 배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당찬이.
    무슨 결판을 지으려는 듯한 당당한 모습이다.
     
    "당찬아, 무슨일로 이야기 하고 싶은것이니?"
    "네, 제가 친한 동생이 있는데요. 그 애가 왕따 당하는 것 같아요"
     
    "어? 사촌동생? "
    "아뇨, 아빠 초등학교 친구분 아들인데, 파주에 살아요"
     
    "아...근데, 그 친구 이야기를 어떻게 알아?"
    "방학 때 아빠 친구들 가족이 함께 여행갔다가 엄마들도 친해서 고민이야기 하는 거 들었거든요"
     
    "아..그런데, 어떻게 당찬이까지 알게 되었어?"
    "처음에는 엄마들끼리 막 이야기 하다가, 그 이모가 저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봐서요. 고민하다가 선생님께 여쭤보는 거예요"
     
    이미 당찬이의 눈은 뭔가 불의를 보고 못참는 정의의 사도가 되어 있다.
    이는 적극적 방어자의 행동이다.
     
    다른 학교의 학폭상황을 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나에게 물어보는 모습을 보니 참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가 도움을 주기에는 사실 너무 멀리 있는 지라, 또한 내 이야기가 잘못전달되고 왜곡되었을 때 그 학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 일단은 자세히 물었다.
     
    "어떤 상황인거야?"
    "제 아는 동생이 남학생인데요~~~~"
    내용인 즉, 키는 작지만 선생님 보다 몸무게는 많이 나가며 힘이 제일 쎈 아이가 주도하여 그 동생을 말로 약올리고 위협을 가한다는 요지이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으나, 더 물어봐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
     
    "담임선생님은 알고 계시니?"
    "네, 알고 계시고 계속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했다. 안했다. 계속 그런데요"
     
    "당찬이가 보기엔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무시하다보니 계속 더 그래서 이젠 그냥 두면 안될 것 같아요"
     
    아이들도 나름 다 판단이 있다.
    어느 경계에 다가섰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아이는 왜 그러지?"
    "이모(그 동생의 엄마)가 그러는데, 괴롭히는 아이 부모님이 아이에게 아예 신경을 안쓴데요"
     
    몇분 이야기해서 정확히 아는 정보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순간 마음이 먹먹하다.
     
    부모가 가진 관심이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경우는 ... 참 먹먹한 상황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그렇구나..둘 다 참 안타깝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건 아닌거 같아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들이 내 자리 근처로 모여들었다. 
    다들 의자를 하나씩 가져와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음....우리학교가 아니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부모님과 담임선생님께서 잘 알고 계시니 다행이긴 해요"
    아이들도 얼추 안다. 모르는 것 같지만 알고 있다.
     
    다른 학교의 아이 상황을 우리가 함께 걱정하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먼 타지방의 사례로 인하여 우리가 배우고 있다.
     
    딱히 무슨 방법은 없지만, 아이들과 이렇게 대화 하는 것 자체로 아이들에게 방어자 교육은 한 샘인듯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지....
    우리 주변에 비슷한 경우는 없는지 더 아이들하고 이야기해봐야 겠다.
    아이들은 사실 해결책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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