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 릴라 고릴라

발행일 : 2017-12-20 23:45  

  • 고릴라는 험상 궂은 외모와 달리 그림책에 많이 나오는 소재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누누히 말하지만 그림이 좋다. 그림 하나 하나에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원에서 그림책을 배울 때 그림책에 그림은 글에 쓰여진 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이 아닌 글이 담고 있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고릴라'에는 글에도 이야기가 있고 그림에도 이야기가 있다.  

     

    '고릴라'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 한나와 아버지, 고릴라. 한나는 고릴라를 좋아한다. 그림책 속에 그림들에는 많은 고릴라 들이 숨겨져 있다. 앤서니 브라운이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다. 한나가 읽고 있는 책, 벽에 붙은 그림, 벽에 붙은 액자(모나리자가 된 고릴라), 전등 갓에 그려진 고릴라, 고릴라 인형, 킹콩 포스터를 재현한 듯한 고릴라 그림, 체게바라가 된 고릴라 등등.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읽을 때 요런 숨겨진 작은 그림을 찾아 보는 재미가 있다.  

     

    한나는 고릴라를 보고 싶지만 아빠는 함께 갈 시간이 없다. 창백한 아빠의 표정과 차가운 주방 모습, 아빠가 펼쳐 든 신문 사이로 한나와의 대화 단절이 느껴진다. 한나는 아빠 주위를 맴돌다 지쳐 방구석에 혼자 앉는다. 한나 곁에 있는 고릴라 인형은 점점 커지고 한나는 고릴라 인형과 함께 진짜 고릴라를 보러간다. 고릴라를 직접 봤지만 동물원에 갖힌 고릴라의 모습은 어쩐지 슬퍼 보인다. 그림책에서는 다양한 창살을 통해 고릴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나의 침대에 보여지던 침대 앞 모습도 창살을 묘사하고 있다.  

     

    고릴라와 한나는 한나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한다. 마치 고릴라가 아빠인 것처럼 말이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아빠는 동물원에 가자고 말한다. 뒷 주머니에는 바나나가 꽂혀 있다.  

     

    고릴라는 아빠. 한나가 보고 싶었던 것은 아빠의 얼굴. 한나가 고릴라와 함께 있는 동안 너무너무 행복했던 것처럼 아빠가 한나에게 동물원에 가자고 했을 때 한나는 다시 한 번 무척 행복했다.  

     

    멋지기도 하지만 슬퍼보이기도 하는 아빠와 고릴라. 아빠도 고릴라도 사는 게 지치고 힘들다. 한나와 함께라면 무척 행복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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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앤서니 브라운전'이 열린 적이 있다. 그 때 몇년 전 학부모에게서 카톡이 왔었다. 아이와 함께 '앤서니 브라운전' 에 왔는데, 아이가 보는 그림마다 안나선생님과 함께 본 그림이라며 좋아하고, 그림 속 이야기나 상징들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2학년 때 가르친 아이였다. 그때는 하루에 그림책 1권 읽어주기를 실천하고 있었는데, 유독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을 많이 읽어준 해 였다. 아이들이 내 주위로 모여들어 이야기를 듣는게 너무 사랑스럽고 예뻤다. 그림 속 이야기 찾기를 시작하면 서로 얘기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나보다 더 빨리 나보다 더 많이 이야기를 찾아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은 그런 보물같은 느낌이 든다.
  •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은 앤서니 브라운이 쓴 책으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들의 숨겨진 의미와 이야기 그리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소장하고 여러번 볼 정도로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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