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에는 글에도 이야기가 있고 그림에도 이야기가 있다.
'고릴라'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 한나와 아버지, 고릴라. 한나는 고릴라를 좋아한다. 그림책 속에 그림들에는 많은 고릴라 들이 숨겨져 있다. 앤서니 브라운이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다. 한나가 읽고 있는 책, 벽에 붙은 그림, 벽에 붙은 액자(모나리자가 된 고릴라), 전등 갓에 그려진 고릴라, 고릴라 인형, 킹콩 포스터를 재현한 듯한 고릴라 그림, 체게바라가 된 고릴라 등등.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읽을 때 요런 숨겨진 작은 그림을 찾아 보는 재미가 있다.
한나는 고릴라를 보고 싶지만 아빠는 함께 갈 시간이 없다. 창백한 아빠의 표정과 차가운 주방 모습, 아빠가 펼쳐 든 신문 사이로 한나와의 대화 단절이 느껴진다. 한나는 아빠 주위를 맴돌다 지쳐 방구석에 혼자 앉는다. 한나 곁에 있는 고릴라 인형은 점점 커지고 한나는 고릴라 인형과 함께 진짜 고릴라를 보러간다. 고릴라를 직접 봤지만 동물원에 갖힌 고릴라의 모습은 어쩐지 슬퍼 보인다. 그림책에서는 다양한 창살을 통해 고릴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나의 침대에 보여지던 침대 앞 모습도 창살을 묘사하고 있다.
고릴라와 한나는 한나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한다. 마치 고릴라가 아빠인 것처럼 말이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아빠는 동물원에 가자고 말한다. 뒷 주머니에는 바나나가 꽂혀 있다.
고릴라는 아빠. 한나가 보고 싶었던 것은 아빠의 얼굴. 한나가 고릴라와 함께 있는 동안 너무너무 행복했던 것처럼 아빠가 한나에게 동물원에 가자고 했을 때 한나는 다시 한 번 무척 행복했다.
멋지기도 하지만 슬퍼보이기도 하는 아빠와 고릴라. 아빠도 고릴라도 사는 게 지치고 힘들다. 한나와 함께라면 무척 행복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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